페이크와 팩트를 읽었다.

2025. 2. 25. 15:56독후감&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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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크와 팩트: 합리적 인류는 왜 때때로 멍청해지는가?

 

들어가며

요즘 국내외 정세를 바라보면 '인류가 정말 합리적인가?'라는 의문이 끊임없이 들곤 합니다.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비판적 사고 없이 정보를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현실에서,

도대체 어떻게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지 궁금했습니다.

『페이크와 팩트』는 이러한 의문에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명쾌한 답을 제시합니다.

 

인간 본연의 사고방식: 어림짐작(휴리스틱)의 양면성

인간은 본질적으로 숙고하는 것을 싫어하고,

자신이 믿는 것만 믿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우리의 진화 과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원시 시대에 인간은 생존을 위해 빠른 판단이 필수적이었습니다.

맹수가 나타났을 때 그것이 정말 위험한지 분석하는 대신, 즉각적으로 도망쳐야 했죠.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빠른 의사결정을 해야만 생존 확률이 높았고,

이것이 바로 '어림짐작(휴리스틱)'의 기원입니다.

 

예를 들어, 최근 뉴스에서 비행기 추락 사고를 보고 난 후,

통계적으로는 자동차보다 안전함에도 비행기 탑승을 두려워하게 되는 현상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또한 '확증 편향'으로 인해 자신의 기존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도 언급합니다.

이런 사고 과정은 빠른 판단에는 효율적이지만,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는 종종 오류로 이어집니다.

 

정보 과잉 시대의 역설

정보가 넘쳐나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역설적으로 더 많은 오판을 하게 됩니다.

책에 따르면, 사람들은 수많은 정보를 숙고할 만큼의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 다음과 같은 지름길을 택합니다:

  1. 권위에 의존: 전문가라는 이유만으로 그 말을 무비판적으로 수용
  2. 이야기의 힘: 통계보다 감동적인 일화에 더 큰 영향을 받음
  3. 단순화 경향: 복잡한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

책에서는 비타민 C와 감기 예방에 관한 미신을 언급합니다.

노벨상 수상자 라이너스 폴링이 비타민 C의 감기 예방 효과를 주장한 이후,

수많은 연구에서 그 효과가 제한적임이 밝혀졌음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를 믿고 있습니다.

이는 '권위 의존'과 '확증 편향'이 결합된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또 다른 예로, 책은 백신에 대한 잘못된 믿음이 어떻게 퍼져나가는지 설명합니다.

한 연구에서 백신과 자폐증의 관련성을 주장했지만 후에 그 연구는 사기로 밝혀졌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이를 믿는 이유는 감정적인 일화(자폐아 부모의 이야기)가 통계적 사실보다

더 강력한 설득력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기억의 허구성

우리의 기억이 얼마나 불완전한지에 대한 책의 설명은 충격적입니다.

기억은 고정된 녹화물이 아니라 우리가 회상할 때마다 재구성되는 것입니다.

'기억 오염'에 관한 실험도 언급합니다.

연구자들이 참가자들에게 가짜 어린 시절 사진(실제로는 합성된)을 보여주고 그 기억을 회상하도록 했을 때,

많은 이들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상세한 '기억'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러한 기억의 허구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우리는 자신과 타인에게 의도치 않은 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

특히 법정 증언이나 중요한 의사결정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과학과 논리의 상대성

책은 '과학적'이라는 말이 얼마나 오용되는지도 지적합니다.

시대를 관통하는 과학적 방법론은 있지만, 과학적 '결론'은 새로운 증거에 의해 계속 수정됩니다.

한때 과학적 사실로 여겨졌던 것들이 나중에 오류로 밝혀진 사례들을 책은 다양하게 제시합니다.

이처럼 과학적 지식은 고정불변이 아니라 끊임없이 발전하는 과정임을 이해해야 합니다.

 

이분법적 사고와 확률의 함정

우리는 세상을 바라볼 때 무의식적으로 이분법적 사고를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옳거나 그르거나', '좋거나 나쁘거나'와 같은 단순한 구분은 복잡한 현실을 왜곡합니다.

책에서는 확률에 대한 오해도 다룹니다.

예를 들어 '도박사의 오류'는 동전 던지기에서 앞면이 연속으로 나왔을 때

다음번에는 뒷면이 나올 확률이 높다고 믿는 오류입니다.

실제로는 각 시도는 독립적이며 확률은 항상 50%입니다.

 

굳어진 신념과 소통의 어려움

책의 가장 중요한 통찰 중 하나는 잘못된 신념이 일단 형성되면 바꾸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입니다.

인지 부조화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기존 신념과 모순되는 정보를 만나면 정보를 거부하거나 왜곡하여 해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책에서는 음모론자들의 사고방식을 예로 들며,

어떤 증거를 제시해도 그것을 자신의 이론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해석하는 현상을 설명합니다.

백신 반대론자들에게 안전성 연구를 보여주면 "그 연구는 제약회사가 조작했다"고 주장하는 식입니다.

 

비판적 사고의 중요성

결국 이 책이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은 비판적 사고의 중요성입니다.

넓은 우주에서 우리는 작은 촛불 하나를 들고 세상을 바라보는 존재에 불과합니다.

그 불빛으로 볼 수 있는 범위는 제한적이며, 때로는 왜곡되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자신의 인지적 한계를 인정하고, 다양한 관점을 고려하며,

증거에 기반한 사고를 하려고 노력한다면, 조금 더 현실에 가까운 세계관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마치며

『페이크와 팩트』는 단순히 가짜뉴스의 문제만 다루는 책이 아닙니다.

이 책은 인간의 사고 과정 자체에 내재된 오류와 편향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며,

어떻게 하면 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정보의 홍수 속에 진실을 가려내는 능력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이 책은 그 능력을 기르는 데 필요한 지식과 도구를 제공하는 귀중한 나침반이 될 것입니다.

오늘도 SNS에서 흘러넘치는 정보들, 뉴스 헤드라인, 주변 사람들의 주장을 접할 때마다,

잠시 멈추고 생각해보세요. "이것이 정말 사실일까? 나는 어떤 편향에 빠져 있지는 않을까?"

이러한 질문을 던지는 습관이야말로 '멍청해지지 않는'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줄평

'세상을 비추는 우리의 촛불은 작지만, 비판적 사고의 힘으로 그 빛을 더 멀리, 더 선명하게 비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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